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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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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나 건선환자들을 치료하다 보면 가끔 황당할 때가 있다. ‘한약의 효과가 한약에 있는 스테로이드 때문이냐’는 질문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스테로이드 누명을 쓰고 있는 약재는 바로 ‘감초’다. 감초가 스테로이드효과를 일부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한약처방에 감초가 들어갔다는 억지를 펴기도 한다. 황당할 따름이다.

‘약방의 감초’라고 불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동의보감에는 ‘감초는 온갖 종류의 약물 독을 풀고 약초를 조화롭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했다. 여기서 감초는 주된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처방된 것이 아니라 보조약재일 뿐이다. 반면 응급상태에서 해독제로 투약되는 감두탕(甘豆湯)에 들어간 감초는 가장 중요한 약재다.

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보면 마법을 걸기 전 마법약을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마법학교 교수들이 마법약을 마시기 전 해리포터와 학생들에게 간식거리로 권하는 것이 있다. 바로 감초사탕이다. 영화에서 설명되지는 않았지만 감초사탕은 아마도 독한 마법약의 해독제로 사용됐을 것이다.

감초사탕의 역사는 깊다.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감초를 사탕으로 만들어 약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영어로는 리코리스 드롭(Liquorice Drop)이라고 하는데 리코리스는 감초를 의미한다. 맛이 독특해 유럽과 미국에서는 흔한 간식거리이며 국내에도 수입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감초를 향신료로도 많이 사용해 1년에 1인당 평균 2kg 정도 섭취한다. 하루 5.5g 정도를 평생 먹는 셈이다. 그렇다면 네덜란드인들은 스테로이드물질을 너무 많이 먹어 부작용으로 고생하고 있을까. 그들에겐 아무 문제가 없다.

감초의 주성분은 글리시리진이다. 감초를 스테로이드 취급하는 것은 글리시리진이 스테로이드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초의 글리시리진은 ‘무기질’ 코르티코이드로 일반적으로 말하는 스테로이드인 ‘당질’ 코르티코이드(코티졸)와는 전혀 다르다. 감초는 우리 몸에서 부신피질호르몬(스테로이드)의 합성을 촉진시키고 동시에 간에서 부신피질호르몬의 분해를 지연시켜 간접적으로 혈중농도를 높이는 작용을 하는 것뿐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체내에서 정상적으로 분비된 호르몬의 효율을 높여주는 것이다.

자연계 식물 중 스테로이드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것들은 가지, 마, 도라지, 콩 등 매우 많다. 이것들을 보통 식물성스테로이드나 식물성스테롤이라고 부른다. 감초가 문제라면 이것들도 마찬가지다. 

약으로 사용되는 스테로이드는 호르몬의 일종으로 일시적으로 기운이 나게 하고 강력한 면역억제작용을 나타내기 때문에 ‘신의 선물’로 비유되기도 한다. 하지만 장기간 복용 시 부작용이 심각해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한약에는 스테로이드가 없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스테로이드효과를 흉내 내기 위해 감초를 처방하는 멍청한 한의사들도 없다. 해리포터가 스테로이드효과를 보기 위해 감초사탕을 먹은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한동하 한의학 박사 쓴 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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